왜 개발을 하세요?

처음 보는 산을 올라 본 적이 있을까? 아니면 산처럼 쌓인 물건을 전부 치워 본 적이 있을까?

그 산을 한번도 올라보지 않은 사람은 산이 가진 높이에 압도된다. 산처럼 쌓인 물건들을 앞에 둔 사람은 이것들을 치울 시간들에 먼저 압도된다.

무지란 것은 압도되기에 정말 쉬운 상태라고 생각한다.

한 번도 밟아 보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. 한 번도 치워 보지 않은 것에 대한 무지함.

그동안 나에게는 나를 압도하는 수많은 물음표가 있었다.

특히 개발이라는 분야 안에서, 그 물음표들은 더 크기도 하고, 더 힘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.

중학생 무렵 보던 해커스쿨에서는 C언어에서, 국비 교육에서는 JPQL을 넘어가는 그 순간부터 무게에 압도되었다.

MVC는 이런 거고, 스프링은 이런 거라는데, 코딩 테스트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데, DB 조회를 위해서는 이런 것들을 거쳐야 한다는데….

어려웠다.

낯설기도 했다.

추상화된 것은 언제나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다. 행동의 이유를 알지 못할 때 더더욱 그렇다.

어릴 적 나를 괴롭히던 수학에서도 그랬고, 개발에서도 그랬다. 왜 이런 것을 해야 하는지 이유를 몰랐던 게 가장 컸던 것 같다. 나에게는 언제나 이유를 아는 것이 중요했으니까.

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는 상태에서는 두 가지 접근이 있다.

하나는 그 이유를 아는 남에게 물어보는 것이다.

듣는 것만으로 바로 이유가 와닿기도 한다. 물음표가 조금 더 작아지기도 한다.

그런데 그 이유를 남에게 들어서 아는 것은 사실 한계를 가진다.

물음표가 듣는 것 하나로 사라지는 것들은 많지 않다. 연습의 목적을 아예 모르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만, 여전히 물음표는 남아 있다. 대부분.

남은 하나는… 그냥 일단 무작정 해 보는 것이다. 그 이유를 아는 상태이든, 모르는 상태이든 그 앎의 여부는 크게 상관이 없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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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냥 해 보는 것.

큰 덩어리를 조금씩, 하나씩 쪼개다 보면 그 이유를 알게 되는 순간이 온다.

나는 이 깨달음의 순간을 물음표가 느낌표로 치환되는 순간이라고 부른다.

그리고 그 순간들은 개발이라는 세계에서 다른 곳보다 큰 힘을 가진다고 느꼈다.

개발은 추상화된 비즈니스가, 추상화된 애플리케이션이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구상화하는 일이니까.

컴퓨터 앞에서 앉아 있는 일은 조용해 보이고, 일견 고루해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.

하지만 그 속에는 무엇보다 치열한(?) 세상이 숨어 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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수많은 추상화들의 내면을 파고들면서, 내가, 혹은 누군가 만들어 낸 숨은 약점을 찾아내고 변경한다.

물음표를 느낌표로 만드는 것.

개발은 나를 압도하는 수많은 물음표를 느낌표로 만드는 일이다.

그동안 나를 압도하는 수많은 물음표가 있었다. 그리고 시간을 들여 많은 물음표를 느낌표로 만들고 나서 하게 된 생각은…

나는 이제 물음표가 느낌표로 변하는 순간들을 좋아한다는 것이다.

속도전은 아직 벅차지만, 그 속도에 발맞추기 위해 먼저 체력을 길러 두고 있다.

분할 정복. 산을 반으로 쪼개고, 또 반으로 쪼개고, 또 반으로 쪼갠 다음, 내가 내딛을 한 발자국으로 만든다.

무엇보다 정적으로 보이는 것들이지만 무엇보다 치열한 세계.

정적인 치열함으로, 나의 삶을 좀 더 동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.

이제 나에게는 그것이 개발이다.

Who is?

금융과 소비자의 교두보가 되고 싶은 개발자.